이유식을 부모 주도로 줄 것인지, 아이 주도로 줄 것인지, 죽으로 줄지, 토핑으로 줄지, 핑거푸드로 줄지 고민하실 필요 없이 그저 아기를 잘 관찰하여 내 아기의 속도에 맞게 부모가 적절한 기회를 제공해 주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덩어리 음식도 스스로 잘 먹는 아기가 되어있을 겁니다. 지금부터 이게 무슨 말인지 자세히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 표시가 된 용어는 하단에 뜻풀이를 해두었습니다.
부모 주도 이유식을 할까요, 아이 주도 이유식을 할까요?
이유식을 준비하고 계시는 많은 부모님들께서 *죽 이유식을 할지, *토핑 이유식을 할지, 아니면 *핑거푸드를 주는 *아이 주도 이유식을 할지 고민이 되실텐데요.
이 글은 아이 주도 이유식도 고려하시는 분들께서 읽기 적합한 내용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부터 아이를 위한 이유식 방법에 대해 알려드릴 텐데요, 굳이 따지자면 *부모 주도에서 아이 주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방법이라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이 방법을 터득하게 된 계기를 말씀드리자면,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 아이 주도와 부모 주도로 고민하던 저는, 아이 주도 이유식의 다양한 장점 중 1. 아기 스스로 먹는 양과 속도를 조절하며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하는 것. 2. 음식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을 통해 아기의 소근육 발달과 *눈과 손의 협응력이 자연스럽게 발달되는 것. 이 2가지의 장점 때문에 아이 주도 이유식을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 주도 이유식의 단점 중 1. 초반엔 실제로 섭취하는 양이 적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생후 6개월 이후 중요한 철분 섭취에도 부족함이 생길 수 있다. 2. 우리나라 문화인 숟가락 사용법을 익히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일단은 부모 주도로 시작한 뒤, 한 달 뒤, 그러니까 아기가 7개월이 됐을 무렵 과일을 핑거푸드로 주기 시작하며 자연스레 아이 주도로 넘어가려 했습니다.
부모 주도 이유식에서 아이 주도 이유식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방법
그렇게 이유식 첫날, 부모 주도 이유식으로 이유식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주었을 때, 아기가 얌전히 아기새처럼 입만 벌려 이유식을 받아먹진 않았습니다. 빵글이는 끊임없이 숟가락과 이유식이 담근 그릇을 만지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저는, 죽이유식을 토핑 이유식으로 바꿔 묽은 쌀죽과 반찬들을 따로따로 식판에 담아 아기 식탁 위에 올려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니 빵글이가 밥과 반찬을 손으로 만지고 온몸에 문대며 음식을 탐색했고, 숟가락도 잡고 싶어 하면 언제든 빵글이가 잡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하니 빵글이는 숟가락을 이리저리 휘둘러보기도 하고 이곳저곳 빨아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며 숟가락을 충분히 탐색하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충분히란, 빵글이가 숟가락을 놓치든 던지든 어찌됐든 숟가락을 떨어뜨릴 때까지 계속 기다려 주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빵글이가 숟가락을 떨어뜨리면 그때 제가 숟가락을 다시 쥐어 한 숟갈 떠먹였습니다. 그렇게 먹이니 초반엔 식사 시간이 1시간 30~40분 정도 걸렸습니다. 아기가 자고 일어나서 이유식을 먹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다시 자는 시간이 되었죠.
그러다 보니 노는 시간이 없거나, 그 시간이 굉장히 짧아졌지만, 저는 식사를 하며 음식과 식기를 탐색하는 과정 또한 놀이의 일종이라 여겼습니다.
1시간 30분~40분이라는 시간을 보고 의욕을 잃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희망적인 말씀도 드리겠습니다. 빵글이가 이유식을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가 됐을 땐 식사 시간과 후식으로 과일까지 먹는 시간 모두 통틀어 20분 내외로 줄었습니다. 이유식 먹는 시간이 부지런히 짧아지니 너무 의욕을 상실하시진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렇게 탐색할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니 어느 순간 숟가락을 그저 허공에 휘젓기만 하던 빵글이가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서 입 안으로 넣는 시늉을 해보더니 아직 숟가락 사용은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손 크레인이라고 하죠. 손으로 음식을 떠서 먹는 법을 터득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식판과 물컵을 아기 식탁에 올려 만주면 빵글이가 스스로 음식과 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저는 그저 물을 다 마셨을 때, 물컵에 물을 채워주는 정도만 하면 됐습니다. 이게 이유식 시작한 지 한 달 만인, 만7개월이 됐을 때의 일입니다.
이때부턴 빵글이가 이유식을 먹을 때면 저도 같이 앉아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기들마다 한달보다 더 빠를 수도, 더 느릴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아기 물컵은 어떤 걸 줘야 할까요? 아기 물 마시는 법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하나요?
음식과 마찬가지로 물도 처음엔 빨대 컵을 주었습니다.
제가 컵을 잡고 빵글이 입에 빨대를 대 주었는데, 첫날부터 빨대를 곧잘 빨아 먹기에 둘째 날부턴 일반 컵에 뚜껑이 달려 물이 왈칵 쏟아지지 않게 나온 아기용 물컵을 주었습니다.
물컵 또한 제가 컵을 잡고 빵글이 입에 가져다주었는데, 그때 빵글이가 컵을 스스로 쥐려고 하면 얼마든지 해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유식 시작 2주쯤 됐을 무렵, 물컵도 빵글이 스스로 잡고 마시기 시작했고, 언젠가부터 컵 뚜껑을 한참 만지더니 뚜껑을 빼버리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턴 뚜껑만 보면 빼버리길래 뚜껑도 없는 일반 물컵을 주게 되었습니다.
그날부터 삼시세끼 이유식 시간이 되면 거실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지만, 이유식 시작 1달 반 정도가 되니 일반 물컵도 안정적으로 스스로 잡고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빵글이의 경험상 넉넉히 두 달, 두 달만 고생하면 됐었습니다. 그 이후엔 이유식 시간이 꽤 편해집니다.
하지만 이 두 달이란 시간은 저처럼 독박육아 하는 엄마에겐 쉽지 않은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이유식 초기일수록 음식물이 튀는 범위와 양은 굉장히 많은데, 엄마의 노하우는 없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현실 아이 주도 이유식의 장단점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도 덜 흘리며 먹게 되고 엄마도 씻기고 치우는 데에 노하우가 생겨 수월해지는데, 노하우가 생기기 전까지는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보통 이 시기가 분리불안 시기와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먹인 후 치우는 것도 눈치껏 타이밍 맞춰 빠르게 해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견딜 수만 있다면 아기에겐 더할 나위 없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과 식기를 스스로 충분히 탐색하며 식사 시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새로운 음식에도 거부감이 덜하며, 눈과 손의 협응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에도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스스로 음식을 먹고, 식기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아기의 *성취감과 *자아효능감도 높아지게 됩니다.
아기 핑거푸드, 언제부터 줘야 할까요?
저는 아기가 스스로 먹기 시작한다고 바로 핑거푸드를 주진 않았습니다. 혼자 먹게 되었을 때도 초반에는 원래 주던 토핑 이유식을 그대로 줬습니다.
그러다 매끼 식사 후 주었던 과일 먼저 핑거푸드로 주기 시작했고, 과일 핑거푸드를 잘 먹게 되었을 때부터는 반찬들, 그중에서도 질기지 않고 잘 익은 바나나 굳기 정도로 쪄지는 야채 먼저 핑거푸드로 제공했습니다.
밥도 *밥 볼로 주는 경우가 있던데, 저는 그냥 한국 문화에 맞게 밥은 그냥 줬습니다.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떠서 먹더라도 숟가락은 항상 함께 줬습니다.
그렇게 하니 이유식 시작 2달이 채 되기 전에 완벽한 아이 주도 이유식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손크레인은 여전했지만요.
잇몸으로 잘 으깨서 삼킬 수 있을 때 핑거푸드로 주기 시작하니 당연히 영양 섭취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참고로 이때까지도 빵글이는 이가 하나도 안 났었습니다.
아이 주도 이유식의 현실 고충
이 방법의 단점은 이유식을 담당하는 부모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기가 충분히 탐색할 수 있게 기다려줘야 하고, 씻기고 치우는 과정 또한 처음엔 쉽지 않습니다. 부모가 치우는 동안 아기가 혼자 놀지 않고 부모를 찾는다면 더더욱 힘들어지죠.
또한 아이의 상황에 맞게 음식을 조절해 주려면 시판 이유식은 무리가 있고, 직접 만들어 줄 수밖에 없게 될 텐데, 아기가 흘리는 것까지 감안하여 만들어줘야 하니 재료비나 만드는 수고도 부모 주도 이유식보다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만약 이 모든 상황들이 너무나 스트레스가 되어 부모님들을 힘들게 만든다면, 그래서 아기에게 그 부정적인 감정들이 표출된다면, 저는 그냥 부모님 스트레스 안 받으시는 방법으로 먹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주도 이유식에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것 = 마음가짐
제가 이 방법을 성공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저는 아기가 음식과 식기를 탐색할 때 그 시간이 얼마나 오래 걸려도 기다려주는 것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개월 수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치우는 과정도 귀찮긴 했지만 그 부분도 부모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딱 두 달만 눈 딱 감고 해보세요. 이유식 시간이 정말 편해집니다. 두 달 뒤에도 여전히 조금 흘리긴 하지만, 그래도 부모도 치우는 요령이 많이 생기게 되고 아기도 많이 안 흘립니다.
그러니 부모 주도 이유식을 할지, 아이 주도 이유식을 할지 고민하지 마세요. 그저 아기의 흐름에 따라가 보세요. 아기를 잘 관찰하여 아기의 속도에 맞춰 서서히 자연스럽게 기회를 줘보세요. 그럼 부모가 따로 고민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 스스로 잘 먹게 되는 아기가 되어 있을 겁니다.
이유식을 한다는 것은 아기는 식사하는 법을 배우고, 부모님은 인내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내 아기를 온전히 믿고 기다려준다면, 우리 아이들도 분명 부모님들의 그 마음을 느끼며, 그 사랑에 힘입어 많은 것들을 도전하고 성취하며 건강하게 성장 해 줄거라 생각합니다. 이유식 시간이 즐거운 식사 시간의 첫걸음이 되길 저도 함께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정성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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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풀이
* 죽 이유식 : 밥과 반찬을 섞어 한 그릇의 죽으로 만들어 주는 이유식, 초기에는 묽은 쌀죽 혹은 미음에 다진 야채와 고기를 함께 넣고 푹 끓여 죽으로 제공하는 것
* 토핑 이유식 : 밥과 반찬을 따로 제공하는 이유식, 초기에는 묽은 쌀죽 혹은 미음과, 다진 야채와 고기를 따로따로 제공함
* 핑거푸드 :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음식을 제공하는 것
* 아이 주도 이유식 : 아이가 스스로 음식을 집어 먹게끔 하는 방식
* 부모 주도 이유식 : 부모가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떠서 아기 입에 넣어주는 것
* 눈과 손의 협응력 : 눈으로 보고 머리로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하고 판단하여 손을 움직이는 능력
* 성취감 : 내가 해냈다!
* 자아효능감 : 나는 할 수 있다!
* 밥 볼 : 밥을 한입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 것. 작은 주먹밥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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